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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 사항
여성. 151cm. 나이 불명.
검은 곱슬의 머리카락. 밝은 분홍빛의 눈.
이 평행 우주의 박사는 키가 조금 작은 편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입을 열지 않는 성격. 하지만 묵언 수행 중인 쉐라그의 승려는 아니기에 자신이 조언이 필요한 때가 온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꺼낸다.
의외로 감정적. 아고니를 유심히 지켜본다면 그의 기분에 따라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관찰력이 좋은 오퍼레이터와 그렇지 않은 오퍼레이터가 아고니에 대해 가진 인상은 제법 차이가 크다. 전자는 아고니를 솔직하다고 평하고, 후자는 그를 돌과 같다고 말한다.)
종종 신입 오퍼레이터들은 로도스 함내에서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아고니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그가 건네는 인사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 이름의 유래, 체르노보그에서 있던 일
이름은 석관에 꺼내진 직후 자신이 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포함해 어떤 것도 떠올리지 못한 아고니는 다른 세계의 자신과는 달리 로도스 아일랜드의 패인이자 패착이었다.
당신은 수많은 세계의 박사들이 기억을 잃었음에도 날카로운 기지를 발휘해 로도스 아일랜드를 체르노보그에서 안전하게 후퇴시킨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안타깝게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최악의 세계에선 아미야의 바람―전설적인 지휘관의 귀환―과 다르게 박사는 뇌세포 산소 부족에 따른 공황 발작을 일으키던 작고 가벼운 짐에 불과했으며, 그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오퍼레이터가 희생당했던 것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세계의 에이스는 탈룰라의 일격에서 아고니를 지키기 위해 그의 눈앞에서 사망했다는 점이다.
어렵게 함내에 도달한 잔병들은 아미야의 선택에 실망감을 표했다. 그들은 자신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줄 가치있는 존재를 바랐지만, 얻은 것은 산소호흡기를 뒤집어 쓴 볼품없는 인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병력이라고? 웃기는 소릴.
눈을 뜬 아고니는 가장 먼저 이런 기억을 떠올렸다.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강제로 기나긴 잠에 빠진 기억. 다행히도 지금 그 고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엔 분노, 슬픔, 원망, 실망감 등의 괴로운 감정들이 담긴 시선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 그래. 삶은 원래 이런 녀석이었지.’
아고니는 이 두 고통이 제법 닮았다고 생각했다.